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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Over The Picturebook 인터뷰 - 7개의 질문에 대한 답변, 이우연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이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풍부하여 별 것 아닌 형체에도 무시무시한 괴물로 형상화시켜 두려워하며 잠 못 이루는 경우가 많다. 허나 다 자란 어른이 된 우리는 어렸을 때의 그 막연한 두려움을 생각하지 못한 채 아이를 이해하지 못하곤 한다.
나 또한 그랬기에 유년의 기억을 더듬으며 아이와 같이 공감하며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신비스러운 상상력과 더불어 아이의 감정변화를 잘 보여주는 듯한 빛 고운 색감이 눈을 사로잡는 이우연 작가의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를 만나본다. EDITOR 최연숙





Illust_'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 이 책에 대한 최초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되었는지요?

이우연_2012년 9월 26일에 우연하게 그린 나무드로잉이 있었는데, 나중에 그 드로잉을 펼쳐보다가 어릴 때 걸어 다녔던 숲길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어 떠오른 것은 숲길에 있었던 늘 지나기가 무서웠던 커다란 나무, ‘블랙홀’처럼 깊고 어두웠던 나무구멍의 이미지입니다.
적어도 이 이야기를 구상할 때에는 (지금은 조금 달라졌지만) 한 이미지가 떠오르면 그 이미지에서 출발하여 생각나는 대로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다가 또 다른 이미지가 떠올라서 ‘붙이면 어울리겠다' 싶으면 일단 이리저리 붙여보고 이미지를 연결했습니다. 처음 네 컷까지 구상하고 나서는 이야기의 아이디어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야기 콘티를 구상한 것은 2013년 7월 8일부터입니다. ‘그림책향’의 김향수씨를 만나서 약 1년 여간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를 진행하였습니다. 나무 앞을 어떻게 지나갈 것인가, 지나갔다가 돌아올 것인가, 돌아온다면 돌아온 후에는 무엇이 달라지는가 등등, 풀어야 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전체 이야기 콘티를 짜는데 다섯 달 정도 걸렸고, 원화작업하는데는 약 일곱 달 정도 걸렸습니다. 29번의 콘티연구과 수정이 이루어졌습니다.

Illust_그림책에서는 동심이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동심과 소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셨습니까?

이우연_‘동심’이란 곧 ‘어린이의 마음’이라는 것인데, ‘그것은 이럴 것이다’라고 정한 것은 어른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심리나 행동을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은 ‘매우 대단한 존재, 대단한 시기’, 또한 ‘다들 다르다’라는 것입니다. 그런 그들과 소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요. 제 안에 있는 어린이를 느껴보려고 했습니다. 마침 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제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서 ‘어린 이우연’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밖에 없었지요. 어린 시절의 제가 본 나무와 숲길, 그리고 그 때의 마음을 그대로 이야기하는데 더욱 집중하였습니다.





Illust_작품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어느 부분이었으며, 독자에게 전달하고픈 주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이우연_이야기를 시작은 하였는데, 어떻게 이끌고 끝내야할까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특히 ‘나무’를 어떻게 이미지화할 것인지를 많이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책을 돌려주고 집으로 돌아올 때의 장면들, 아이를 쫓아가던 범들이 아이를 놓치고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서로 모여 나무가 되는 장면들을 생각하는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그 나무 앞을 지날 때 많이 무서웠었지’하는 감정으로 시작했었는데, 진행하면서 그 감정이 확장되더군요. 어릴 때 생각도 많이 나고, 덕분에 아버지에게서 그 나무에 얽힌 본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아버지와 나눈 대화내용을 참고해서 책에 적기도 했지요. 오래되고 크고 게다가 깊고 컴컴한 구멍까지 있는 나무는 무섭기도 하지만 신비롭고 경외감이 들게 하기도 합니다. 인간과는 다른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그런 신비함을 각자의 작은 경험들을 떠올리며 함께 느꼈으면 합니다.

Illust_작업시 선택된 재료와 작업 매체는 무엇이었고, 그에 따른 고충이나 어려움, 깨달음은 없으셨는지요?

이우연_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오일파스텔과 색연필, 연필 같은 건식재료들이고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려본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우선 사용하기 쉬운 재료를 써보고 있습니다. 배경이나 넓은 화면에서는 수채물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모두 마른 후 물감의 색이 탁하거나 흐려지기도 해서 가끔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위에 다시 건식재료들을 사용해서 그림을 그리면 다시 마음에 드는 색이나 표현들이 그려지곤 합니다.





Illust_이 작품이 이우연 작가님의 삶과 예술가로서의 경력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우연_그림책은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매체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쏟아낼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써 현재 저의 여러 가지 면과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혼자 일할 수 있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하기보다는 체력만 잘 조절한다면 꾸준히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설치나 입체를 선택한 것도 그 당시 저한테 그 매체가 맞았고 절실했기 때문입니다. “표현매체가 ‘그림책’으로 바뀐거야”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림책’의 세계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여러 장면으로 이야기를 한다’라는 점이 저에게는 참 생소한 점이기도 하지요. 하나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은 익숙하지만 여러 이미지들을 나열하고 리듬을 만드는 것에는 이제야 조금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 연습, 물론 계속 필요하고 그림책 공부도 많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즐겁고 반갑습니다.

Illust_그림책 출간에 뜻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이우연_씨앗에서 시작해서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평정심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모든 과정들이 중요하고 가치가 있으니까요.

Illust_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이우연_두 번째 작품이 될 ‘강으로 간 소년’의 본문그림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마치고 나서 다음 작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틈틈이 새로운 이야기 구상을 하고 콘티를 짜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그림책’ 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계속 해나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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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연

2003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졸업, 졸업 후 설치미술을 함
2012 그림책 구상 시작
2014 첫 그림책 ‘빌린 책을 돌려주러 갑니다’ 출간